모세는 이집트 왕실에서 공주의 아들로 성장한다. 그는 어느 날 사람을 죽이고 광야로 피신했다. 시나이반도의 메마른 광야에서 살게 된다. 급격한 추락이다. 잊힌 존재가 되었다. 은둔의 시간이다. 아무도 그를 찾아주지 않았다. 지루한 일상의 반복에 지쳐 갔다. 심장은 식었고 가슴은 뛰지 않았다. 광야에서 소멸되어 갔다.
살다 보면 인생의 광야를 맞는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갈 때가 있다. 모세는 광야에서 40년을 보내며 살인자로, 실패자로, 무능한 자로 끝날 뻔했다. 어느 날 거대한 반전이 일어난다. 하나님과의 대면이다. 계속 불붙은 떨기나무 가운데 찾아오신 하나님과 만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특징이 있다. 이것을 신적 개입이라 부른다. 아브라함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그를 고향과 친척, 아버지의 집에서 불러내신다. 이사야는 성전에 가득한 하나님의 영광과 마주친다. 느헤미야는 고국에서 들려온 소식을 듣는 순간 대전환.을 맞는다. 다윗은 사무엘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는 순간이 터닝포인트다. 바울에게는 다메섹 도상 사건이 있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회심 이전 체험한 하나님을 ‘고백록’에서 묘사한다. “섬광처럼 딱 한 번 보고도 떨렸다”고 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어느 날 산상수훈을 읽는 가운데 영혼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고는 흑인 인권 운동에 생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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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는 어느 공중화장실에서 흑인 아이가 차별받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 그의 인생을 가르는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인생을 바꾸는 사건 혹은 만남이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 갑자기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 광야의 삶을 끝내고 인생이 반전되는 순간이다. 모세는 광야에 묻혀 살던 촌부에 불과했다. 그의 나이 80세, 어느 날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는 애굽의 파라오에게 때 묻은 지팡이 하나를 들고 나간다. 모든 것을 걸었다. 히브리 민족의 운명이 그에게 맡겨졌다. 누가 보아도 미친 일이다.
성경에는 미친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하나님과 정면으로 마주치면 미치게 되어 있다. 사도 바울은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이전에는 율법에 미쳐 살았다. 예수를 따르던 사람을 죽이는 일에 앞장섰던 광기 어린 삶이었다. 잘못 미쳤다. 다메섹 사건 이후 제대로 미쳤다. 이전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공허해졌다.
진짜를 만나면 다른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진짜를 만나야 한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거기에서는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니체는 신이 죽었다는 것에 미쳐 살다 죽었다. 복음이 바울의 심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계시적 빛을 본 사람들은 미친다. 미쳐야 역사가 일어난다. 반쯤이 아니라 완전히 미쳐야 한다. 내가 미치는 것이 아니라 미치게 할 것을 만나야 한다.
우리의 삶은 수동태다. 홀로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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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발버둥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한다.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OM이라는 국제 선교단체가 있다. 설립자는 이미 작고했지만 조지 바우어 총재다. 그는 어느 날 넓은 바다를 보면서 계시적 음성을 듣는다. 둘로스와 로고스라는 배를 통해 온 세계에 복음의 불을 붙인 선교의 사람이다.
오래전 그와 함께 식사하며 교제한 적이 있다. 고령이었음에도 그의 가슴은 뜨거웠다. 미친 분이었다. 세계 선교를 향한 열정이 너무도 강력했다. 그가 입은 모든 옷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 내의까지도 그렇다고 한다.
존재론적인 눈뜸이 있다. 현존하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이 중요하다. 모세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은 현재형 하나님, “나는 곧 나다(I AM WHO I AM, 새번역)”이다. 영원히 현재이신 하나님이다. 절대자와 만나는 사건은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시간이 새로워진다. 모든 것이 바뀐다. 눈이 열리고 생명력의 충만을 경험한다. 꺼지지 않는 불이 붙는다. 전혀 낯선 차원의 세계가 열린다.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나간다. 광야 탈출이다. 견고한 자아에 갇힌 삶에서 벗어난다. 힘으로도 안 되고 능으로도 안 된다.
오직 여호와의 영이 임하셔야 한다. 그때 미친다. 복음에 미치고 예수에 미친다. 진짜 미치면 행복하다. 미칠 것에 미치면 자유가 온다. 하는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그런 인생의 선은 굵직하다. 잔머리로 살아가는 것과 다르다. 존재 전체가 깨어나야 비로소 멋진 삶이 시작된다.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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