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태 씨가 2025년 노자산에서 자연을 기록하다 나무 옆에 사진을 찍고 있다. /원종태
팔색조가 나타난다는 곳을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았다. 멸종위기종이 나타난다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하루에 3㎞씩 산을 걸었다. 여러 문헌을 뒤져 특정 종이 어떤 지형과 환경에서, 어느 시기에 나타나는지 익힌 뒤 비슷한 조건을 갖춘 곳을 직접 찾아다녔다. 같은 현장을 반복해서 걷다 보니 지형과 식생이 눈에 들어왔다. 이젠 어디에 어떤 생물이 있을지 짐작하는 감각도 생겼다. 시인 원종태(57) 씨가 지난 10년 동안 거제도의 멸종위기종을 찾아온 방식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거제도를 100바퀴 넘게 돌았다. 숲과 계곡, 습지와 해안을 낱낱이 누비며 직접 확인한 멸종위기종만 20종이 넘는다. 그 현장 기록을 한데 묶은 책 <발로 쓴 거제도 멸종위기종>이 9일 세상에 나왔다. 책 제목 그대로 발품을 팔아 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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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씨가 쓴 <발로 쓴 거제도 멸종위기종> 표지.
책을 낸 이유, 노자산
원종태 씨가 찍은 팔색조. /원종태
원 씨는 애초 책을 쓸 생각이 없었다. 10년 동안 쌓아온 기록을 서둘러 책으로 묶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거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노자산 때문이었다.
노자산에서는 현재 27홀 골프장 등을 포함한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대흥란 시범 이식 결과에 대한 최종 평가를 거쳐 경남도의 조성계획 승인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원 씨는 9~10월께 경남도가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전에 자신이 직접 보고 기록한 거제의 생태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1년도 안 돼 책을 완성했다.
"노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책을 냈다, 이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 빨리 알려졌으면 했어요. 처음에는 책을 쓰려고 기록한 건 아니었는데 승인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거예요. 거기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거죠."
책에는 난개발에 맞서는 과정에서 거제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만난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해양보호생물, 희귀식물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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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민물고기, 식물 등을 두루 다뤘다.
거제도에만 사는 민물고기 남방동사리와 282종의 멸종위기종 가운데 유일하게 '거제' 지명이 붙은 거제외줄달팽이도 소개한다. 그동안 섬인 거제도에는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삵'의 존재를 확인한 과정도 담았다.
특히 노자산 골프장 개발의 승인 여부와 맞물린 멸종위기종 대흥란을 비중 있게 다루며 환경영향평가 과정의 문제。을 지적한다.
원종태 씨가 찍은 거제외줄달팽이. /원종태
산골 소년, 현장을 걷다
원 씨는 거제에서 태어난 '산골 소년'이었다. 연초면에서 자란 그에게 자연은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었다. 집 밖으로 나가면 마주치는 일상이었다.
"어릴 적에는 바다와는 별 인연이 없었어요. 연초면 산골에서 살다 보니 온갖 생물하고 친하게 지냈죠."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썼다. 대학 진학을 위해 부산으로 떠났고 이후 신문사 등에서 일했다. 거제에 완전히 정착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환경운동에 뛰어든 것도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환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동네 선배이자 이웃이었다. 자연스럽게 환경운동연합 활동에 발을 들였다.
본격적으로 현장을 뛰기 시작한 계기는 2015년 거제 사곡만 100만 평 매립 반대 운동이었다. 개발 예정지를 직접 다니고 그곳에 사는 생물을 살피는 일이 이어지면서 그의 활동도 。차 현장 중심으로 바뀌었다. 자연을 기록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도 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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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평 매립을 막아낸 게 지금도 제일 기쁘죠. 개발을 원하는 분들 중에는 저를 두고 거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지만요."
원종태 씨가 찍은 노자산 여름의 풍경. /원종태
이름 없는 생명까지
10년 동안 현장을 다니면서 그가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수많은 생물이 제대로 조사되거나 기록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모습을 볼 때였다. 특히 작은 하천을 공사하면서 그곳에 사는 생명에 대한 고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최근에는 거제의 한 작은 하천에서 신종으로 추정되는 민물고기를 발견했다. 아직 정식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고 이름조차 갖지 못한 물고기다. 서식 구간은 불과 100~150m 남짓이라고 한다.
"개발해버리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렇게 이름도 얻지 못하고, 존재가 알려지지도 않은 채 사라져버린 생물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팔색조를 찾아 같은 산을 거듭 걷고, 이름 없는 물고기가 사는 작은 하천까지 들여다본 이유도 결국 여기로 이어진다. 그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성장과 개발을 중심으로 달려오는 동안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작은 생명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말한다. 개발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발전을 방해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안타깝다.
"조금만 더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결국 가장 낮은 곳에 있고 힘없는 존재를 지키는 일이 인간까지 함께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단기적인 이익이나 성과 때문에 그런 생명들이 아무 평가도, 기록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게 가장 가슴 아파요."
거제의 한 작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