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고려인 이따마라(오른쪽)씨가 최근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소재 자신의 집 앞에서 허기복 목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탄은행 제공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성재 이동휘 선생과 관동창의대장 민긍호 의병장의 후손 두 가정이 앞으로 5년간 한국에서 보내는 난방비로 추운 카자흐스탄에서 조금은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됐다. 고려인 집단 이주지인 우슈토베 일대 250가구도 겨울용 석탄 250t을 지원받는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은 지난 7~13일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독립유공자 후손과 고려인, 현지 저소득층 800가구에 석탄 850t과 무료급식비 등 총 1억 5800만원을 지원했다고 23일 밝혔다. 연탄은행이 중앙아시아 독립유공자를 찾는 건 올해로 14년째다.
이동휘 선생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며 무장 항일 투쟁을 이끈 거목이다. 민긍호 의병장은 1907년 원주에서 궐기해 강원·충청 일대에서 격전을 치른 대표적 항일 의병장이다. 이들의 유족은 일제 탄압을 피해 피신했다가, 1937년 소련의 한인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화물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내몰리며 현지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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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행은 지난 8일 알마티에서 이동휘 선생의 외증손자 마라트 이바노프 씨의 딸 아이게림(49)씨와 민 의병장의 외증손녀 옥사나 텐(68)씨를 만나 올해 난방비로 각각 150만원을 전달했다. 향후 5년간 매년 겨울 3개월분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식구처럼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밥상 수저 세트’도 건넸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마을 일대에서 봉사하고 있는 연탄은행 봉사자들. 연탄은행 제공
텐씨에게는 원주에 있는 민 의병장 묘역 사진 앨범, 액자도 전해졌다. 텐씨는 “선조의 묘역을 가까이서 보는 것 같다.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운 선조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겠다”며 “먼 곳까지 찾아와 후손을 기억해 준 민간단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이게림 씨도 “대한민국이 해외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계속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봉사단이 앞서 찾은 우슈토베는 1937년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처음 정착한 곳이다. 이곳과 인근 달리니보스토크 지역 고려인·저소득층 250가구에 석탄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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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난방이 필요해 가구당 최소 3t의 석탄이 있어야 겨울을 날 수 있다.
지난 18일 만 90세를 맞은 고려인 독거노인 루드밀라 어르신에게는 별도로 석탄 3t이 전달됐다. 한 살 때 연해주에서 우슈토베로 이주한 그는 “부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겨울에 춥지 않게 지내는 것이 소원”이라며 “오늘 받은 석탄은 축복”이라고 기뻐했다. 이따마라(77)씨는 손수 구운 빵과 쓰던 모자를 봉사단에 건네며 “내가 가진 것 중 마음을 담아 드릴 수 있는 전부”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민긍호 의병장 외증손녀 옥산나 텐(왼쪽)씨와 이동휘 선생 외고손녀 아이게림씨. 연탄은행 제공
연탄은행은 우슈토베 고려인 무료급식 유지를 위해 급식비 1000만원을 지원했다. 향후 현지에 ‘카작 밥상공동체’를 세워 돌봄을 이어갈 계획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13도 창의군 총대장을 지낸 왕산 허위 선생의 손자 허 블라디슬라프(75) 씨를 위문하고, 교통이 닿지 않는 산간 마을에 25인승 버스 2대와 석탄을 지원했다.
방문에 동행한 정애리 홍보대사는 “우리가 전한 것은 석탄이 아니라 고국이 잊지 않고 있다는 기억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허기복 목사는 “독립운동가와 고려인들의 세월은 흘렀지만, 고국의 기억마저 희미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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