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중앙포토]
SK하이닉스에 직군 간 벽을 허문 ‘통합노조’가 들어선다. 직군별로 나뉘어진 기존 복수노조 체제를 넘어, 전 직군을 아우르는 노조가 출범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최근 통합 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 모임을 꾸리고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꾸려진 ‘통합노조대기방’엔 지난 5일 개설 후 닷새 만에 4000명이 모였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3만4466명)의 11.6% 수준이다. 통합노조 측은 지난 8일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번 주 안에 정식 출범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노조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를 두지 않는 ‘독립노조’ 형태라고 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생산직·이천)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생산직·청주) 등 3개 노조 체제로 운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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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군별로 노조가 쪼개져 협상력이 분산됐던 만큼, 이번 통합노조는 MZ세대 기술·사무직 직원이 임시위원장을, 전임직 인사가 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처럼 상급단체없이 온전히 내부 조합원의 이익 만을 대변할 독립적 연대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통합노조가 현재 진행 중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즉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한울 동감노무법인 노무사는 “이미 교섭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신규 노조가 출범할 경우,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내 별도 교섭권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올해 임단협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SK하이닉스 사측은 성과급 일부를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 영업적자 발생 시 임금을 일시 조정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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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노조 내부에선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때문에 왜 우리까지 영향을 받아야 하느냐”는 반발이 터져나왔고, 직군을 합친 통합노조로 ‘성과급 사수’에 나서기로 했다.
사측이 성과급 개편안을 제시한 건 상한선 없이 무조건 ‘영업이익 N%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초호황이란 예외적인 환경에서 마련된 천문학적 성과급이 집값 등 물가까지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직군을 막론하고 수억원 대 성과급을 받는 구조를 놓고 ‘공정’ 논란도 일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구성원의 행복이 다른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침해한다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성과급 산정) 문제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소액주주단체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대규모 성과급 배분이 배임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고발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석좌교수는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기본으로 하되 개인별 기여도에 따라 지급 규모를 달리한다”며 “역량에 따라 주식을 나눠 받고 성과급 규모와 방식은 이사회와 주총을 거치는 구조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고 수억원 대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