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 지원과 투자 열풍 속 일부 기업가치가 급등한 가운데 이들의 매출이 실제 수요로 있는지를 포함해 사업 성과가 기업가치와 부합한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지만, 관련 사업 투자 열기가 과도하게 달아오르자 기업의 실제 사업성과 수익을 따지는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중국 동부 안후이성의 루오강 공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신화통신
2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규제당국이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의 IPO 심사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일부 투자은행과 투자회사에 비공식적인 ‘창구 지도(window guidance)’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의 상장 승인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규제당국이 IPO 심사를 강화한 계기엔 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업체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의 상장 이후 주가 급등락이 있다. 유니트리 주가는 한 달 전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뒤 5배 넘게 치솟았지만, 이후 급락해 현재 고. 대비 약 55%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해 왔다. 체화지능은 인공지능(AI)이 로봇 등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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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 아래 민간 자본과 지방정부 자금이 몰리면서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의 몸값도 빠르게 뛰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딥 로보틱스(Deep Robotics), X스퀘어 로봇(X Square Robot), 애지봇(AGIBOT) 등 최소 6개 휴머노이드 로봇업체가 IPO를 준비하고 있다.
첸촹캐피털의 레오 왕 벤처투자자는 중국 로봇업계의 투자 열풍을 정책 지원을 받는 특정 사업에서 기업과 자본이 한꺼번에 몰리는 ‘캠페인식 혁신(campaign-style innovation)이라고 평가했다. 체화 AI를 둘러싼 투자 열풍이 과거 중국의 인터넷·신에너지 산업 투자 열풍을 넘어선 셈이다.
◇ 정부가 만든 매출인가 아니면 시장이 만든 매출인가
중국 당국이 특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로봇기업들의 지방정부 지원 사업에서의 올린 매출이다. 로봇 투자업계와 가까운 한 소식통에 따르면 로봇을 훈련하는 데이터 수집센터와 지방정부와의 합작사업에서 일부 기업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일부 합작 사업에선 지방정부가 초기 투자금의 80~90%를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확보한 주문은 비상장 로봇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규제당국은 지방정부 지원을 통해 발생한 매출이 정부 지원과 무관한 독립적인 고객의 실제 수요를 반영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소식통은 데이터 수집센터와 관련한 매출을 제외할 경우 일부 로봇기업의 기업가치가 60~70% 떨어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매출의 질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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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크마인드 로보틱스(Mech-Mind Robotics)의 샤오톈란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위챗을 통해 일부 고평가된 체화AI 기업들이 IPO를 서두르면서 데이터 수집센터와 특수관계자 거래 등 지속 가능성이 낮은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크마인드 로보틱스의 주가도 지난 1일 상장 당일 기록한 고.에서 약 20% 떨어졌다.
◇ 상업성 따지기 시작… 엄격해진 로봇기업 평가 잣대
다만 중국 규제당국의 심사 강화가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육성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신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현장에 얼마나 많은 로봇이 배치됐는지, 주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 기술을 상업적으로 생존 가능한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등을 더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루이잉 자오 선임연구원은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전면적인 열광(blanket euphoria)에서 선별적인 합리성(selective rationality)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실현된 상업적 가치가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더 엄격히 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중국 본토 기업들은 올해 들어 주식 발행과 전환증권을 통해 1489억달러(약 203조원)를 조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기술기업은 전체 조달액의 41%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육성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실제 현장 배치와 주문 규모,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금 조달이나 IPO 과정에서 이전보다 높은 문턱에 직면한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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