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가뭄으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역대급 폭염 상황에서도 전력수급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염으로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동일한데 무엇 때문에 이처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유럽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력 생산의 23.4%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고, 11.7%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합치면 35.1%에 달한다. 수력발전도 그렇지만 원자력 발전도 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발전원이다. 원자력을 가동하면서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려면 엄청난 양의 냉각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유럽은 폭염으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유럽의 주요 수로인 라인강과 다뉴브강은 가뭄으로 수위가 계속 낮아져 화물을 제대로 운송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농업용수도 부족한 상태다. 여기에 폭염으로 강물의 수온이 높아지고 가뭄으로 유량까지 줄면서 수력발전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원자로에 사용할 냉각수까지 부족해지면서 원전 가동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에 다뉴브강 의존도가 높은 루마니아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루마니아는 다뉴브강 유량이 초당 1400㎥까지 떨어지자, 체르나보다 원전 2기 가운데 1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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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나보다 원전은 루마니아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결국 전력이 부족해 포드와 다치아 자동차 공장은 2주 이상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루마니아는 강물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강바닥 암반을 폭파하기도 하고, 6일(현지시간)에는 다뉴브강에 바지선 4척을 가라앉히는 작업도 진행했다.
헝가리도 원자로 4기 가운데 3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하나 남은 원자로도 설계용량의 절반 수준으로 출력을 낮췄다.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져 냉각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내려진 조치다.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원전인 크르스코원전도 냉각수원인 사바강의 수온 상승과 유량 감소로 출력을 낮추기로 했다. 세르비아 역시 물 부족으로 화력발전소 냉각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전량을 줄이고 있다.
유럽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왔다. 이 덕분에 중동 전쟁 등 에너지 공급난 충격에도 과거보다 전력시스템의 회복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폭염과 가뭄 사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부족한 전력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이번에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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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후변화가 전력수요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전력공급 능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을 경험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수자원이 감소할 경우에 전력공급에 심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7일 전남광주 나주시 한국전력거래소를 방문해 여름철 폭염 대응 전력수급 운영 현황을 .검하고 있다. (사진=기후부)
최근 우리나라도 과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역대급 폭염을 겪고 있다. 한낮 기온이 40℃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다. 게다가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밤에도 냉방기기를 가동해야 할 정도다. 실제로 지난 6일 우리나라 최대전력수요는 95~95.6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 올여름 최대치다. 전력예비율은 10.4%로 안정범위인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8월 셋째주 전력수요가 최대 98.8GW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전력수요는 97.1GW였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올여름 공급능력을 107GW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최대수요가 98.8GW에 이르더라도 약 8.2GW의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비상상황에 대비해 8.8GW의 추가 예비자원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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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당국은 냉방기기 사용급증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을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전력 수요 에측을 통해 수급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또 발전소와 송·변전 설비를 사전에 .검하는 한편 비상복구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7일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검회의를 열고 8월 수급 전망과 발전기·송변전 설비 운영 상황, 기관별 비상대응체계 등을 .검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5~6일 국내 원전의 폭염 대응 안전관리 상황을 .검하고 냉각수로 쓰이는 해수 온도 상승에 대비한 열교환기 성능과 온도계측기 건전성도 확인했다.
폭염은 전력안보까지 뒤흔들 수 있는 기후재난이다. 과거에는 폭염으로 냉방수요가 얼마나 증가할지를 예측하고 발전소를 충분히 가동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기후변화로 발전원 자체가 영향을 받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정 발전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 전력망 고도화 등을 결합해 전력공급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똑같이 폭염을 겪고 있는 유럽과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상황이 상반된 것은 시간대별 수요와 발전량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전력이 필요한 곳에 적시에 공급하는 전력망 운영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후위기가 불러올 발전원별 리스크까지 고려한 전력망과 발전 포트폴리오 수립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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