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강석봉 기자] 안동은 곧곧한 양반의 기운이 여전하다. 기와집이 서까래 떠받친 추녀마루가 어깨동무하며 파란 가을하늘과 땅을 편가른 그곳…. 돌담 이어진 고옥들 사이로 수염 기른 어르신이 갓 쓰고 마고자 입고 지나가도 하등 어색하지 않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도 이곳과 당연지사 찰떡궁합이다. 축제는 로컬이지만 그 가치는 글로벌이다. 도산서원과 봉정사, 병산서원, 하회마을 등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니 말을 더해 무엇할까.
축제 슬로건인 ‘사유의 세계유산, 통섭의 미래가치’ 역시 배운 양반티를 박박 냈다. 통섭이 우리 생각에 딱 붙지 않으니, ‘널리 통한다’는 그 뜻은 1차로 소통 실패다. 하지만 안동인데, 뭔 대수랴.
수백 년 동안 헛기침 하며 지켜낸 역사를 예습없이 찾은 여행객의 불찰도 없지 않다. 침묵 속에 자리하던 서원과 고찰, 역사적 가치 쯤은 인정하자.
퇴계 이황의 정기가 서린 도산서원과 천년 고찰 봉정사에서 시작해 돌아보는 안동하지 않은 제대로 동한 안동여행이다. “에헴!”
1천 원권 배경된 도산서원, 1천 년 역사 채울까?
도산서원(陶山書院)은 퇴계 이황 선생이 학문을 탐구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직접 설립한 ‘도산서당’에 뿌리를 둔다. 사액서원이기도 하다. 임금이 서원 이름을 새긴 현판을 내린 것인데, 압권은 서적·노비 등도 하사한 곳을 이른 말이다. 국가 공인 기관이란 인증이다. 도산서원은 조선 서원 건축의 완성된 전형이기도 하다.
서원 앞 시사단(試士壇)은 지방과거시험 기념물이다. 주변 풍광과 안동댐으로 말미암아 섬이 된 것이, 한 폭의 수묵화를 빼닮았다. 서원 마당 한쪽에는 누운 소나무의 흐드러짐이 용을 닮았다. 누군가 이를 ‘등용문’이라고도 하더라.
축전 기간에는 야간 개장과 함께 낙동강변을 수놓는 미디어 레이저 쇼, 퇴계의 ‘도산십이곡’ 및 ‘활인심방’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봉정사 앞마당에서 공연 중인 뉴진스님. 사진제공|김기훈(사진작가)
최고 목조건축 품은 천년고찰 봉정사, 대중 품고 ‘부처핸섭’
신라 문무왕 시절 능인대사가 창건한 봉정사(鳳停寺)는 현존하는 한국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국보)을 품고 있다. 조선 시대 다포 양식의 수작으로 꼽히는 대웅전과 정갈하게 배치된 산지 승원의 구조는 한국 불교 건축사가 걸어온 궤적을 새겨넣기에 부족함이 없다.
봉정사 앞마당에서 공연 중인 뉴진스님. 사진제공|김기훈(사진작가)
하지만 이번엔 개그맨 윤성호가 정식 수계한 뉴진스님이 되어 ‘부처핸섭’으로 난장법석을 만들었다. 가을밤 대웅전의 석가모니불이 돌아앉았을 지 모르지만, 그곳을 찾은 대중은 발을 구르며 ‘아수라’ 불금을 즐겼다. 세계유산은 몰라도 축제는 제대로 완성됐다.
물론 축전 기간 봉정사 만세루에서 열린 음악회와 토크 콘서트는 산사의 정취에 문화적 품격을 더하며 깊은 명상과 힐링의 시간을 더해주고 있다.
병산의 기림은 류성룡, 병풍 같은 풍광은 만대루
복례문은 병산서원의 남쪽 정문으로, 논어의 ‘극기복례’에서 유래해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간다는 뜻. 사진제공|김기훈(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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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山書院)은 서애 류성룡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이 역시 사액서원이다. 따지고보면 안동 일대는, 의미는 천양지차라도 현 강남학원가와 닮은 꼴이다.
병산서원에서 서원의 역사에 대한 강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김기훈(사진작가)
병산서원의 건축물은 인위적 장식을 최소화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꾀했다. 병풍처럼 둘러선 병산과 낙동강을 서원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 ‘만대루(晩對樓)’에 대한 평가가 높다. 이를 ‘차경(借景)’ 미학이라 한다.
만대루 기둥 사이로 보이는 서원 앞 낙동강은 절벽의 풍경과 어우러져 이젤에 얹혀진 화폭이 오버랩된다. 밤이 되면 국악과 클래식이 어우러지는 ‘풍류병산’ 공연과 은은한 야간 레이저 연출이 조화를 이루며 오감 체험의 기대를 충족케 한다.
서애 류성룡을 모신 병산서원
하회마을의 2대 테마, 선유줄불놀이와 하회별신굿탈놀이
낙동강이 회류로 감싸 안고 하회마을(河回村)은 흐르는 물돌이동 지형의 전형이다. 서애 류성룡의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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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유적으로 화석화된 공간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삶을 이어오고 있는 삶의 체험현장이다. 양반의 기와집과 민초들의 초가집, 만송정 솔숲과 부용대 절벽이 팔을 겪듯 하회마을 빈틈없이 촘촘히 채웠다.
선유줄불놀이
이곳은 최근 선유줄불놀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놀이는 류성룡이 친형인 겸암 류운룡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놀이는 부용대 절벽에서 낙동강을 향해 쏟아지는 불꽃이 장관이다.
서민의 해학과 한이 담긴 ‘하회별신굿탈놀이’도 이곳이 고향이다.
안동포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베틀짜기 시연도 직접 볼 수 있다. 사진제공|김기훈(사진작가)
안동포 짜기 시연 역시 볼거리다. 금소마을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전례를 행사 방문객에게 직접 보여준다.
전통과 현대의 통섭, 가을 여행은 안동 어때?
안동의 4대 세계유산은 각각 유교의 검소함(도산서원), 불교의 천년 역사(봉정사), 자연과의 건축적 조합(병산서원), 그리고 삶이 지속되는 공동체(하회마을)라는 뚜렷한 테마를 말한다.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은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낸 고택과 서원, 산사라는 고전적 공간에 현대적 미디어아트와 다채로운 공연·전시를 조화롭게 이었다.
지나가도 하등 어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