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탑승한 구급차, 병원 대신 경찰서로… "독직폭행 고소하겠다"
▲경찰이 9월3일 방송의 날 행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를 바닥에 눕히고 있다. 결국 활동가들은 용산경찰서에 연행됐다. 사진=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문화예술노동연대,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제공
경찰이 방송의 날 기념식장 인근에서 비정규직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귀가하는 활동가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로 연행하는 등 과잉 진압을 한 것과 관련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보기 힘든 일”이라며 활동가들을 제압한 경찰관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엔딩크레딧·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4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 앞에서 <방송의 날,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12명 폭력연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경찰이 제63회 방송의 날인 지난 3일 행사장에서 비정규직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활동가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용산경찰서로 연행한 것을 비판하는 자리다.
엔딩크레딧, 문화예술노동연대,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3일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 31층 복도에서 방송 비정규직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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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호텔 관계자·경찰 등이 기자회견 중 퇴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졌고, 경찰은 기자회견을 끝마치고 밖으로 나온 관계자들이 신분 확인을 거부하자 체포했다. 활동가들은 4일 오전 12시경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다.
▲경찰이 9월3일 방송의 날 행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를 바닥에 눕히고 있다. 결국 활동가들은 용산경찰서에 연행됐다. 사진=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문화예술노동연대,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제공
경찰에 연행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도 못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요구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분증 제출을 거부하니 폭력을 행사하고 수갑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경찰 무릎에 목이 눌리고 수갑이 채워진 김남규 비정규직이제그만 활동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집에 가는 과정에서 경찰이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고, 이에 거부하자 수갑을 들고 연행하려 했다”며 “왜 그러냐고 다가가자 엎어치기 당했고 목이 졸렸다. 우리 기자회견 현장을 지켜본 경찰이었다면, 경찰과 마찰을 일으킬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압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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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다면 현장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강경 진압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수많은 기자회견에 참여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김 활동가는 “육체적 고통과 아픔보단,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용산경찰서의 만행이 가슴 아프다”며 “주민등록증 보여 주지 않았다고 수갑을 채우는 것이 맞는가”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단장인 최종연 변호사는 “기념식이 열리는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업무방해의 피해나 위험도 없었다. 호텔의 퇴거 요구 자체가 부당하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평화롭게 퇴장했기에 유죄가 인정돼도 소액의 벌금에 그치는 사안”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경찰은 범죄 중대성이나 증거 인멸의 우려 등 긴급체포·현행범 체포 요건이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체포를 했다.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하는 게 타당하지도 않다”며 “특히 (김 활동가가 타고 있는) 구급차는 병원으로 가지 않고 용산경찰서로 왔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보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강제 진압을 한 경찰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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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송의 공적 가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만드는 것인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송의 날 행사에 초청되지 못했다”며 “그래서 방송의 날 기념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방송을 '일상의 동반자'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에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용산경찰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 중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는 “용산경찰서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면 미신고 집회라고 주장하는데,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구호 외치는 걸 집회로 보는 관행을 없애겠다고 했다”며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에는 인권 존중·차별 금지 원칙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국금속노동조합은 4일 성명을 내고 “이재명 정부는 사회 부조리를 외치는 노동자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라며 “피케팅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경찰은 노동자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집단 연행을 시작했다. 정작 건물 안에서는 퇴거 요청 등도 없었다. 경찰은 방송 관계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제를 키우지 않으며 노동자를 잡아 가두려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경찰의 이번 작태는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노동자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행위다. 정부는 이번 불법 연행의 경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그리고 모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산경찰서에 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