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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10-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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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마수운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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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만 조선비즈 자본시장부장 중복상장의 기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중복’상장이라고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1625년 찰스 1세의 왕실 보석 담보 대출을 그 기원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당시 찰스 1세는 스페인과의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반대하는 의회를 해산하고, 왕실 보석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보내 30만파운드를 조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찰스 1세가 실제로 빌린 돈은 7000파운드에 그쳤다. 암스테르담 금융업자들이 왕실 자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을지 의심한 데다, 런던에서의 반발도 거셌기 때문이다. 영국 귀족이나 상인들 입장에서는 왕실의 신용을 믿고 계속 돈을 빌려줬는데, 왕실이 덜컥 왕관을 비롯한 보석을 다른 곳에 담보로 맡긴다고 하니 펄쩍 뛸 만했다. 일종의 중복상장에 따른 반발과 닮은꼴이라고 볼 수 있다. 약 40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수년째 중복상장이 논란이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불만을 불렀다. 결국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계획을 접었다. 회사는 시장 여건과 주주가치를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복상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온라인황금성 LG나 SK, 두산, 카카오 등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연쇄 상장은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낳았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이 문제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복상장을 틀어막는 것이 무조건 선(善)일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자본시장의 존재 목적은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데만 있지 않다는 .이다.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도록 돕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시대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적기에 투자해야 한다. 솔리다임 역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문제는 상장사의 자금 조달이 최소한 일시적으로는 기존 주주의 이익과 충돌한다는 。에 있다. 성장 산업에 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주주환원 요구가 거세지면서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 통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영구채가 또 다른 대표적인 예다. 영구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재무 사정이 나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인데,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 촘촘해지고 있다. 기업이 찾은 또 다른 우회로인 주가수익스와프(PRS) 역시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모회사가 직접 유상증자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슬롯추천 . 하지만 이 또한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대규모 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지배주주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 기업들이 자회사를 떼어 상장하려는 데에는 이런 지배구조상의 유인도 작용한다. 차라리 복수의결권 제도의 확대를 논의해보면 어떨까. 미국에서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메타 등이 차등의결권을 활용한다. 창업자의 경영권을 안정시키면서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한국도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물론 복수의결권에도 부작용이 있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자금 조달과 경영권 유지 사이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다. 경영권이 안정적이라면 모회사가 직접 유상증자를 한 뒤 자금을 자회사에 내려보내는 선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모회사 최대주주가 여유 지분을 매각해 회사에 투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퇴로를 만들어주지 않고 출구부터 막는 규제는 결국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다.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다 정작 기업의 성장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투자해야 할 때 투자하지 못한 대가는 기업만 치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도 함께 잃는다. 주주를 보호한다며 중복상장을 막기만 한다면, 먼 미래에 이 정책은 실기(失機)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사들의 자금 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