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가 경제 규모나 국민의 법감정에 비해 낮다고 여겨질때마다 위자료 기준을 올리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법원은 새로운 위자료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으로 알려져 있고, 대한변협도 위자료 현실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화폐는 사람이 생활과 생존에 필요한 권리를 얻고 원치 않는 의무를 면하는 주된 수단이므로, 가해자에게 적정한 위자료를 배상토록 하면 형사처벌 없이도 위법행위를 억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 그러나 위자료가 낮다 보니, 피해자는 구제를 받기 위해 형사 고소로 압박해 형사합의를 받아내는 길에 기대게 된다. 이른바 '민사의 형사화'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위자료 기준 자체가 너무 낮다. 사망 위자료 기준 1억 원은 1인당 국민총소득의 2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지마비의 위자료를 비교해 보면, 독일·영국·프랑스·미국 등 주요국은 한국의 약 5배에서 51배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이미 예방접종 피해로 사망한 사람의 일시보상금을 월 최저임금액의 240배, 올해 기준 약 5억1,770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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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행위의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하고 위법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위자료 기준을 지금의 약 5~10배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둘째,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위자료의 실질가치도 낮아진다. 사망 위자료 기준은 1990년 정해진 뒤 여섯 차례 간헐적으로 올랐으나, 다음 인상 시。을 예측할 수 없다. 인상 시。 전후로 위자료 액수가 크게 달라져 형평이 깨진다. 급격한 인상을 꺼리다 보니 실질가치는 더욱 낮아졌다. 마지막으로, '위자료 액수의 인상' 속에는 사회가 생명·신체의 침해에 매기는 가치를 상·하향한다는 규범적 판단과 화폐가치 하락분을 메우는 보정이 뒤섞여 있다. 어디까지가 실질적 상향이고 어디까지가 보정인지 나누어 논의하기 어렵고, 제자리를 지키려는 조정조차 위자료를 특별히 올려 달라는 요구처럼 보이기 쉽다. 그 결과 1990년 1인당 국민총소득의 약 5.2배이던 사망 위자료 기준(2,000만 원)은 지금 1.9배(1억 원)로 내려앉았다.
인상 논의를 정례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례 논의에는 비용이 들고, 사회의 평가가 달라지지 않은 위자료까지 다시 검토하는 것은 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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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자료를 '1억 원'처럼 화폐의 수량으로 적어 두고 주기적으로 상향하는 대신, 지표에 연동해 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망 위자료 기준을 '5억 원' 대신 '시간급 최저임금액의 500만%'처럼 표시하는 것이다. 이를 상향하거나 하향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변화하였음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지표에는 1인당 국민총소득처럼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사실지표와, 최저임금처럼 사회적 심의를 거쳐 규범적으로 정해지는 규범지표가 있다. 위자료의 지표로는 최저임금이 바람직하며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결정 과정에서 사실지표를 고려하므로 합리적이고 ②특수한 사정에 따라 급변하지 않아 안정적이며 ③이미 실업급여, 각종 보상금의 지표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죄인에게 쌀 가마니를 배상하게 하던 고대의 규범을 낡은 것으로 여기듯, 위자료를 화폐의 수량으로 정해 둔 지금의 규범도 전근대적이고 불완전하다. 의미 있는 지표에 위자료를 배율로 연동하고, 그 값이 해마다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지표연동제(동가표시제)를 통해 21세기에 걸맞은 과학성과 합리성을 갖춘 위자료 기준의 결정 방식을 마련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기원 변호사(법무법인 LKB평산)·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
법무법인 LKB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