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하프너가 저술했던 『음반의 역사』에서는 1917년 미국 뉴욕에서 등장한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가 연주한 [Livery Stable Blues(리버리 스테이블 블루스)]를 최초의 레코드라고 정의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혼란과 절망의 영향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기류가 미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한편 루이 암스트롱은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여 1925년 겨울부터 4년간 89곡을 녹음했다.
한편 레코드 판매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라디오의 등장과 경기 불황이 원인이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제2차 대전의 최대 수혜국이 되었다. 경제 호황과 함께 유럽의 음악가가 미국으로 대거 망명하면서 세계 음악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에 시달렸던 미국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열린 셈이었다. 1948년 뉴욕의 호텔에서 장시간용 레코드라 불리는 LP 시연회가 열렸다. 1950년대 말에는 모노 레코드와 스테레오 레코드가 동시에 발매되었다.
소개하는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의 데뷔작은 LP가 탄생한 지 무려 35년을 훌쩍 넘긴 시。인 1983년에 등장했다. 그는 노던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기타리스트 출신인 조니 스미스 교수로부터 대위법을 전수받았다. 둘 이상의 독립된 선율이나 성부를 동시에 결합시켜 곡을 만드는 음악 작곡 양식을 의미하는 대위법은 향후 빌 프리셀이 재즈, 포크, 컨트리, 로큰롤, 아방가르드 등의 장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의 리더작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잘 차려진 뷔페 식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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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빌 프리셀의 ECM 3부작을 들었다고 해서 “이 정도면 빌 프리셀의 음악을 파악했다고 생각해”라고 말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그는 거의 모든 앨범에서 사운드의 변화를 추구하는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재즈라는 토양 위에서 다양한 조립식 건축을 세우고 분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팔색조 뮤지션이다.
빌 프리셀. / 출처. Bill Frisell
빌 프리셀은 ECM 레이블에서 팻 메스니가 떠난 자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1980년대 ECM 레이블에서 [In Line(인 라인)], [Rambler(램블러)], [Lookout For Hope(룩아웃 포 호프)] 3장의 앨범을 차례로 발표했던 그는 워너 뮤직 그룹이 운영했던 논서치 레이블로 이적하여 20장이 넘는 리더작을 완성했다. 그는 1992년 발표작인 [Have A Little Faith(해브 어 리틀 페이스)]로 명실공히 1990년대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로 인정받았다.
그의 음악사는 크게 3단계로 분류가 가능하다. 1기는 다양한 일렉트릭 사운드를 실험했던 초기 시절이다. 2기는 재즈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했던 중반기 시절이다. 3기는 과거에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즈라는 본류에 안착하려는 2010년 이후에 해당한다. 필자는 후반기인 3단계에 발표했던 앨범에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3기에 등장했던 디스코그래피에서는 긴 여행의 터널을 빠져나온 노익장의 고른 숨결이 기타라는 소리의 마법사를 통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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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프리셀. / 출처. Bill Frisell 인스타그램
빌 프리셀은 하나의 장르나 연주 스타일을 고수하는 방식을 거부하는 음악가에 속한다. 따라서 그의 사운드를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빌 프리셀은 인터뷰에서 “모든 뮤지션은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창조하고,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는 성대모사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처럼 여러 색깔의 재즈를 들려주는 뮤지션에 해당할 것이다.
지금도 빌 프리셀은 자신만의 재즈를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도 정형화된 음악을 거부하고 새로운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할지도 모르겠다. 특정한 연주 스타일에 정착하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해답은 2018년작 [Music Is(뮤직 이즈)]에 오롯이 담겨 있다.
빌 프리셀의 [Music Is(뮤직 이즈)] 앨범 커버. / 출처. Spotify
① Rambler(램블러), ECM, 1985년
② Have A Little Faith(해브 어 리틀 페이스), Nonesuch, 1992년
③ Gone, Just Like A Train(곤 저스트 라이크 어 트레인), Nonesuch, 1998년
④ Ghost Town(고스트 타운), Nonesuch, 2000년
⑤ Small Town(스몰 타운), ECM, 2017년
⑥ Music Is(뮤직 이즈), OKeh, 2018년
⑦ Valentine(발렌타인), Blue Note, 2020년
이봉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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