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신약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범여권에서는 한동훈 의원의 폭로를 통해 드러난 녹취록과 검찰의 기소계획서의 출처를 따져 묻고 있다.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후보자는 경기 수원갑 재선의원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 등에 대한 공소 취소를 추진했던 공소취소 모임(공취모)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논란의 중심에는 ‘코로나19 치료제 식약처 청탁 의혹’이 있다. 2021년 10월12일, 김 후보자는 지인인 양수진씨의 요청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직접 연락해 민원을 전달했다. 제약업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ES16001)가 임상시험 승인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양씨를 통해 임상시험 승인을 빨리 받을 방법을 문의했던 제넨셀의 강세찬 대표는, 이를 계기로 김 후보자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500만원을 전달하려 했지만 그해 후원금 한도가 이미 차서 실제 후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신약은 2021년 10월26일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으나, 제넨셀 측이 2023년 5월 ‘중간 통계 분석 및 임상 전략 수정’을 이유로 시험을 중단하며 결국 상용화되지 못했다.
김승원 후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법 위반과 알선뇌물약속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가 있지만 정황을 참작하여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서울서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기소유예 처분의 이유는 세 가지다. 당시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식약처장에게 국내 치료제 개발업체의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식약처가 규정 위반 없이 절차에 따라 심사했으며,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금품 수수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강 대표는 제넨셀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9월4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인청 준비단)은 “김 후보자는 국내 중소기업의 임상시험 절차를 공정하게 살펴봐달라는 공익적 고충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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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제 승인이나 특혜를 요구하지 않았고, 식약처의 심사나 관련 사법절차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민원 전달의 대가로 정치후원금이나 금품을 요구하거나 약속받은 사실도 없다”라는 입장을 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1일 국회 개회식 도중 휴대전화로 서영교 법사위원장에게 '송구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
법적 판단이 끝난 듯했던 이 사건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의혹 제기로 인사 검증 국면의 핵으로 떠올랐다. 한 의원은 9월2일부터 페이스북에 김승원 후보자와 양수진씨의 통화 녹취록·문자메시지 등을 잇따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월14일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네 선거(2022년 대선)가 있지 않나. 우리 강세찬 교수님이 제넨셀 최대주주다. 이제 그 회사가 (식약처 승인이 되면) 코로나19 (치료제를 보유한) 회사가 되는 거다. 어떤 큰 투자회사가 붙었고. 이거 자금화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하고”라며 제넨셀 대표인 강세찬 교수를 소개했다. 또한 양씨가 같은 해 10월7일 김 후보자에게 제넨셀에 300억원 투자 유치가 되어 있음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치료제가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에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김 후보자는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거잖아”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승원 후보자 인청 준비단에서는 “(한동훈 의원이) 일부 문장을 선택적으로 삭제하거나 발언의 순서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의미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라며 녹취록 원문을 공개했다. 예를 들어 2021년 10월8일 녹취록에서 양수진씨가 “식약처장님한테 부탁할 건 아니고 왜 이게 딜레이가 되는지 확인만 좀 해달라 그랬다”라는 문장을 삭제하거나, 임상시험 승인 결과가 늦어지고 있으니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양씨와 김 후보자 사이의 10월8일 녹취록에 10월7일 대화(“수천억 벌 수 있는 거잖아” 등)를 끼워넣어 마치 후보자가 수천억의 이익을 바라고 양씨의 청탁을 들어준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김승원 후보자의 행위는 공익적 확인이었을까, 사적인 청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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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일 참여연대는 “기소유예 처분은 법원의 유죄판결은 아니지만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의 처분인 만큼, 그 처분이 부당하지 않았다면 법무부 장관직 수행의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 기사 등으로 보도된 신약 청탁 로비 관련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다”라며 인사청문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청탁 의혹은 또 다른 사건인 세종메디칼의 주가조작 의혹과도 이어진다. 현재 강세찬 제넨셀 대표와 양수진씨는 제넨셀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고 차익을 실현했다는 혐의로 각각 2심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강 대표는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시험 승인 직전 보유하던 제넨셀(비상장) 주식을 코스닥 상장사 세종메디칼로 넘겼다. 이후 세종메디칼이 주가조작 세력과 얽혀 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2024년 3월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한동훈 의원은 “제넨셀은 김 후보자 덕분에 수십억을 벌었고, 주가 등락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했는데 그 사기극에 김승원 의원이 핵심 역할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승원 인청 준비단은 9월9일 “세종메디칼 주가 폭락 등 피해는 2022년 7월 카나리아바이오엠 등 주가조작 세력이 세종메디칼을 인수한 이후 발생했다. 상장폐지된 원인은 1000억원대 투자 실패에서 비롯하며, 김승원 후보자와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9월4일 김승원 후보자를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영등포경찰서는 재수사 법리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처분이 끝난 사건을 새로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재수사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인다.
한동훈 폭로는 검찰 내부 문건 유출?
범여권에서는 한동훈 의원이 녹취록과 수사 기록 등을 입수한 경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9월9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법사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 의원은) 불법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 수사 자료를 연일 조금씩 공개하며, 그때마다 악의적인 편집·가공을 더하는 방식으로 왜곡과 선동을 이어간다. 바로 검찰의 조작 기소 수법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시사IN〉에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나 여러 정황상 그가 제시한 건 검찰 수사 기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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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에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한 의원이 실제 본인이 수사선상에 있던 사건의 검찰 기록을 들고 자료를 풀었다면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이 공개한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자료는 바로 9월4일 페이스북에 올린 서부지검의 ‘기소 계획서’다. 재판에도 나오지 않는 검찰 내부 문건이 어떻게 한 의원 손에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9월7일 국회 법사위 소속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한 의원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반면 한동훈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부분을 올린 것이지 짜깁기나 편집은 없었다. 원하는 부분을 얘기하라, 제가 공개하겠다” “검찰로부터 어떤 협력이나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 출처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공익 제보자를 공개하라는 ‘물타기’다”라고 반박했다.
2026년 9월 2주 차 전국지표조사(NBS)의 여론조사 결과, 김승원 후보자 지명 평가에서 ‘잘한 인선이다’는 응답은 24%인 반면 ‘잘못한 인선이다’는 47%로 2배가량 높았다. 김승원 후보자 지명 유지가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을 보면 김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거나 그를 통해 이득을 얻었거나 한 게 아니지 않나. 이미 기소유예 처분이 난 상황에서 국민이 못 받아들일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청와대에서 언급한 대로 인사청문회까지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청와대의 입장을 이렇게 분석했다. “청와대로서는 이번 개각을 통해 정국을 반전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지명을 철회하거나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 또 한 번 청와대가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게 드러나는 셈이다. 그럴 경우 국정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인사청문회까지 일단 가자는 판단으로 보인다. 또한 김 후보자의 행보로 볼 때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역할을 위해 김승원 카드를 계속 고집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 후보자는 9월3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공소 취소와 관련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공소 취소를 할 직접적인 권한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생각은 지금 없다”라고 밝혔다.
2월23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 출범식이 열렸다. 앞줄 왼쪽에 공취모 공동대표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 있다. ⓒ시사IN 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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