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진해 해사 앞바다에서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하계전투수영을 하는 모습. 생도들은 항해와 함정 생활, 해양훈련을 거듭하며 바다의 특성과 위험을 몸으로 익힌다.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일상 속에서 바다와 연결하는 과정 자체가 해군 장교교육이다. 이것이 진해에 축적된 해양교육 생태계다. 이기식 전 병무청장 제공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옮겼다. 해운·항만·수산 산업의 현장과 가까이에서 정책을 만들고, 관련 기업·공공기관·연구기관을 연결해 부산을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기관의 입지를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생태계의 일부로 본 것이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바다 가까이 옮기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런 정부가 이제 해군사관생도 교육의 중심을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대전 자운대로 옮기려 한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그곳에 세우고, 생도들이 4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교육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해양행정은 현장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면서,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할 장교의 교육은 바다와 분리해도 된다는 것인가?+
물론 해수부와 해군사관학교의 기능은 다르다. 그 논리를 해군사관학교에 그대로 대입하거나, 해수부 이전 자체의 타당성을 다시 따지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해수부 이전에서 강조한 원칙이다. 전문성은 교실이나 사무실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련 현장과 시설, 인력과 문화가 축적된 생태계 속에서 길러진다.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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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 원칙을 해군 장교교육에는 다르게 적용하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자운대 전경. 오리를 길러내는 인공호수다. 이기식 전 병무청장 제공
자운대의 장。이 곧 통합의 이유는 아니다
자운대의 장.도 분명하다. 육·해·공군 생도가 함께 배우고 생활할 수 있고, 대전의 과학기술·국방 연구 기반을 미래전 교육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동교육과 첨단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세 학교를 자운대에 모아 4년 내내 교육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통합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현 체제에서도 공동 강좌와 교수 교류, 합동훈련과 연구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운대가 주는 교육적 이익과 진해의 해양교육 생태계를 떠날 때 생기는 손실을 함께 따져야 한다.
진해는 해군사관학교 건물만 있는 곳이 아니다. 바다와 군항, 함정과 훈련해역, 여러 해군 부대가 하나의 교육 환경을 이룬다. 생도들은 항해와 함정 생활, 해양훈련을 거듭하며 바다의 특성과 위험을 몸으로 익힌다.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일상 속에서 바다와 연결하는 과정 자체가 해군 장교교육이다. 이것이 진해에 축적된 해양교육 생태계다.
자운대에서도 해군 부대로 이동해 함정·항해 실습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 바다를 찾아가는 교육과 바다·함정·해군 부대가 일상적으로 연결된 환경에서 배우는 교육은 조건이 다르다. 이동할 때마다 시간과 인솔 인력, 안전 지원이 필요하고, 교실 수업과 현장 실습의 연속성도 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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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운대에서도 실습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진해의 교육 환경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다와 가까운 여수의 해양경찰교육원도 함정운항과 해상구조 등 현장 대응에 필요한 실습교육을 실시한다. 이 사례가 해군사관학교의 진해 존치를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다에서 일할 전문인력을 기르는 교육에서는 현장 접근성이 중요한 판단 요소임을 보여준다.
진해 해사 전경. 진해는 바다와 군항, 함정과 훈련해역, 여러 해군 부대가 하나의 교육 환경을 이룬다. 이기식 전 병무청장 제공
정부가 답해야 할 세 가지 질문
첫째, 자운대에 세 학교를 모아 4년 내내 교육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둘째, 해군사관생도 교육을 진해의 해양교육 환경에서 분리할 때 생길 교육적 손실과 이동에 따르는 시간·인력 부담을 평가했는가. 셋째,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합동교육과 첨단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는 대안과 자운대 통합안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했는가.
이기식 전 병무청장·해군작전사령관·해군사관학교장 . 이기식 전 청장 제공
해양수도는 해양수산부의 주소만 부산으로 옮긴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해양행정·산업·연구·인재 양성은 물론, 바다를 지키는 안보 역량까지 하나의 국가 해양전략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
해수부에는 현장과 생태계가 중요하다면서 해군 장교교육은 바다와 떨어져도 된다고 판단한다면,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두 정책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기식 전 병무청장·해군작전사령관·해군사관학교장
가 이제 해군사관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