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화
늑대와 개는 오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자기 동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장소는 아무 눈에 띄지 않는 옛날 건물로 선택했다. 11시에 모두 모이기로 했으나 늑대와 개는 아침 8시부터 만났다. 늑대가 고심에 찬 얼굴로 개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얘, 개야!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너 하구 내가 돼지네 동네까지 들어갈 필요가 있겠어?”
“아니 형, 이제 와서 그런 얘길 하면 어떻게 해?”
“아직 형 말 안 끝났어? 들어봐. 동네를 접수하러 우리가 몰려가. 그런 다음 그 동네에서 쓸어 버려야할 애들이랑 친해져. 친해진 다음, 돼지가 ‘이 때다!’하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거잖아?”
“그렇죠. 형. 그건 지난번에 돼지랑 다 한 얘기잖아.”
“근데 그 소나, 코끼리나 들소 걔네들이 세력이 얼마나 돼?”
“모르긴 몰라도 그 동네 방귀께나 뀌는 작자들 몇 만 제외하면 대부분이 걔네들 편일걸...”
“그 봐, 그럼 너하구 내가 불러 모은 애들로 감당이 가능하냐고?”
“아니 형, 돼지 얘기는 처음부터 막 하자는 게 아니고 때를 기다렸다 하자는 거잖아. 그리고 그 때가 될 때까지 동네에서 소나 코끼리, 들소 걔네들에 대해 안 좋은 소문 퍼뜨려서 인심 잃게 한다는 거고”
“그래, 그런다 치고, 언젠가는 힘을 써야 되는데 우리 애들로 걔네들을 감당 못할 수도 있다는 거지”
“그건 그럴 수 있지”
“그러니까 내말은 너나 나는 여기 남아 있고, 우리가 모은 애들 중에서 똘똘하고 칼 좀 쓰는 녀석을 대장시켜서 돼지가 직접 내리는 명령은 걔가 하게하고, 우리는 이쪽에서 애들 관리하면서 나중에 더 필요해지면 더 보내주는 역할을 하자는 거지”
“그거 좋네.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형이나 나는 ‘모르는 일이다’ 하면 되는 거구”
“그렇지. 어차피 돼지는 우리한테 착수금과 진행경비를 보냈잖아. 그리고 우리가 얘기하는 거를 돼지가 안 된다고 하지는 못할 거야. 이미 지도 우리한테 약점이 잡힌 건데.”
“맞아. 형. 내가 지난번에 돼지 만났을 때 녹음도 했거든.”
“야, 너 내 후배 맞다. 역시 훌륭하다.”
한층 기분 좋아진 늑대와 개는 다들 모이기로 한 시간에 맞춰 미리 섭외해 둔 옛날 집으로 향했다. 주변은 삭막했다. 한 때는 번화가였는데 지금은 사람도 많이 다니질 않는다. 건너편에는 식당들이 즐비해 있었는데, 식당들을 바라보며 늑대와 개는 오늘 점심메뉴를 놓고 갑론을박하더니 이내 다들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늑대는 모여 있는 애들을 쭉 둘러봤다. 모자 쓴 개, 발목에 팔찌를 끼고 있는 개, 색안경 낀 늑대, 뻘쭘한지 눈동자를 가만 두지 못하는 개, 뾰족한 이빨 드러내며 아부하듯 고개 숙여 인사는 늑대까지 참 많이도 모였다. 그런데 늑대에게 칼 좀 쓰게 보이는 깡마르고 꼬리에 검은색 털이 있는 늑대가 눈에 들어왔다. 늑대는 속으로 ‘아, 저 녀석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한 뒤 개에게 눈짓을 보내고 모두가 있는 장소를 떠났다.
늑대가 나가자마자 개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흠흠, 아, 아, 오늘 여기 모인 이유들 다 잘 알지?”
“.........”
“내가 얘기했잖아. 너희들이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니며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하고 있는 거 다 알아. 너희라고 뭐, 남들처럼 윤기 나는 털이나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저장고를 갖기 싫어서 안 가졌겠니? 그래서 내가 너희들도 삐까뻔쩍하게 살게 해줄라고. 내가 일전에 이야기 많이 했잖아. 지난 번 술 먹을 때도 그랬고. 너희들을 위해서 늑대형님이랑 같이 여기저기 갈 만한 곳 알아보고 다닌다고.”
“.......”
“왜 이렇게 기운들이 없어! 내가 이 정도 얘기하면 박수라도 한 번 쳐야지!”
(일동 박수)
“그래, 그래야지. 그래서 결국 너희들이 갈만한 곳을 구해 놨다~ 이 말씀이다.”
(일동 박수)
“정말 살기 좋은 동네가 하나 있다. 산수 좋고, 비옥한 땅에, 매년 풍년이 들어 먹을 것이 넘쳐 나는 곳이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그곳에 너희들이 묵을 집도 마련해 준다.
“........”
“아, 놔! 박수 좀 치라고”
(일동 박수)
“엎드려 절 받기 하는 것도 아니고, 됐고! 그곳에 갈 수 있겠어?”
“(일동)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 별 건 아니고 그 동네 가면, 소, 코끼리, 물소 얘네 들이 있고, 그 애들이랑 친한 애들도 많거든. 조건은 딱 하나야! 걔네들 편만 안 되면 돼. 걔네들이랑 밥 먹고 술 먹어도 되는데 걔네들 편만 아니면 된다는 거지.”
모자 쓴 개가 손을 들었다.
“어? 왜?
“정말 그 편만 안 되면 되는 겁니까?”
“그래, 일단 편만 먹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는 거지. 그러면, 그 동네 잘나가는 돼지가 있거든. 그 돼지가 실은 소, 코끼리, 물소 그 자식들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거든. 돼지가 너희들 오라고 한 거야. 불쌍하다고. 다만 자기편에 서서 몇 가지 일만 해주면 된다고.”
“몇 가지 일이 뭡니까?”
“야, 입 좀 다물고 있어봐. 내가 다 얘기해 줄꺼야”
“넵”
“뭐냐면, 돼지가 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돼지 편에 서서 일을 도우라는 거지. 예를 들어서 소가 돼지한테 까불면 너희가 배운 특기를 동원해서 돼지를 보호하는 거야. 그리고 너희가 그 동네 가서 이런 저런 소문을 내면 니네 편도 생길 거잖아. 그러면 필요할 때 니네가 샤바샤바 해 놓은 애들 모아서 소나 코끼리, 물소가 까불지 못하게 만들라는 거지. 알아들었지?”
색안경 낀 늑대가 말했다. “잘 모르겠요?”................(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