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조합원동지들의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소설을 연재합니다. 상황에 따라 몇 편에 걸쳐 연재될 수 있습니다. 재미나게 보시고, 의견도 주세요!
제 1 화
한 마을에 욕심 많은 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그 돼지는 부유했으며 어려서도 고생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돼지는 동네에서 엄청 유명했다. 동네에서 제일 가난한 고양이도 실은 그 돼지에게 먹을 것을 다 빼앗겨 그렇게 됐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옆집의 토끼도, 아랫동네의 들쥐도 모두 돼지에게 먹을 것을 빼앗겼다.
고양이, 토끼, 들쥐가 먹을 것을 돼지에게 다 빼앗겼으나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건 윗동네 소 때문이었다. 이 소는 배운 것이 많았으나 티내지 않았고, 꼬장꼬장했으나 원칙을 알았으며, 절약정신이 강했다. 그래서 소는 자신이 먹고 남는 것을 고양이, 토끼, 들쥐들에게 나눠줬던 것이다.
그 동네엔 소와 같이 청렴하고 따뜻한 품성을 가진 이들이 몇 몇이 있었다. 코끼리는 동료가 죽으면 매우 슬퍼하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자기보다 약한 이들 앞에 서서 대처했으며 소와 함께 약한 이들을 보호했다. 또 그 옆집의 물소는 돼지가 약한 친구들에게 해코지를 할라치면 무리를 불러 모아 친구들을 구출하기도 했다. 돼지가 욕심 많고 포악스러워도 이 마을이 평온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어느 날 돼지는 생각했다.
‘저 소란 놈이랑, 코끼리랑, 물소 놈들만 없으면 이 동네에 먹을 것이란 먹을 것을 내가 다 챙길 수 있는데.... 저 놈들이 문제야...’라며, 이리 뒤 척 저리 뒤 척, 전전긍긍하며 며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옆 동네 일은 하지 않고 지나가는 이들의 주머니를 털며 살고 있는 개를 만났다. 그 개는 똑같이 생활하는 동료 개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돼지는 일전에 동네에서 힘 좋고 영리했던 오소리네 곳간을 털어 올 때 그 개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그 맛있는 밥맛도 못 느낀 채 고민했던 돼지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개를 맞이하곤, 곧장 자기의 고민을 털어 놨다.
“야, 개야. 내가 쟤네들 때문에 밥맛이 없다.”
“뭐 때문인데?”
“아니 저 소란 놈이랑, 코끼리란 놈, 들소란 놈이 나를 괴롭혀도 너무 괴롭힌다.”
“어떻게 괴롭히는데?”
“내가 이 동네를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 지들도 부자가 되고 나는 더 부자가 되려고 싹수가 없는 것들을 혼내줄라 했는데 걔네들이 막아서서 대들잖아.”
개는 그 순간 눈이 번쩍였다.
“그래? 그걸 가만 뒀어?”
“그럼 어떡해. 나는 몸도 무겁고 나름 다른 동네 유지들과 악수하면서 지내는 사인데 두들겨 팰 수도 없고......”
“그렇지,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있는데 돼지 니가 직접 하는 건 좀 그래...”
“그렇지? 그래서 내가 고민이란 거야”
“그럼 내가 한 번 움직여 볼까?”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한 번 어떻게 해봐봐”
“알았어. 건너 마을에 내가 잘 아는 늑대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이런 것 좀 할 줄 알아. 그 형이랑 상의해 볼게”
“고맙다, 정말 고맙다.”
개가 다녀간 뒤 돼지는 밥맛도 좋고,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돼지와 만난 뒤 개는 건너 마을 늑대 형에게 찾아갔다. 늑대에게 저간 사정을 모두 이야기한 뒤 말했다.
“형, 이거 돈 좀 될 것 같지 않아? 돼지 그 녀석이 욕심이 많아서 돈도 많거든. 돈은 얼마든지 준대. 그러니 한 번 해보자.”
“돈 준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어? 괜히 우리 애들 풀었다가 역으로 당하면, 우리 꼴만 사나워 지는 건데.”
“그러니까 선금을 땡겨서 달라하고, 그 금액이 얼만지 보면 되지 않겠어?”
“아니 그러면 안 되고 우리 핵심들 둘은 얼마, 니가 데리고 오는 애들 얼마, 내가 데려가는 애들 얼마 이렇게 해서 아예 금액을 정하고 가자.”
“그래 그거 좋겠네. 그래도 형이 나보다는 더 받아야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께”
“그건 뭐, 니 알아서 하고. 너는 돼지한테 우리 조건을 말하고 처음 애들 모으는 것부터 돈이 들어가니까 착수금 붙이라고 하고. 나는 애들 좀 만나볼게. 그런 다음 일주일 뒤 만나자. 그 때까지 모아지는 애들 다 같이.”
이렇게 해서 돼지의 ‘동네 침탈 작전’은 시작됐다. 돼지 입장에서는 ‘한 번 대차게 밀어 보고, 그래도 뭐, 안될 것 같으면, 개나 늑대가 데리고 오는 애들한테 떠넘기면 될 꺼야’라며 즐거워했다.
며칠 후 개와 늑대가 돼지를 찾아 왔다.
늑대는 돼지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우리는 거의 다 모집이 됐어. 니네 동네에서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몇 번을 우리 동네에서 만났고 뭘 해야 하는지도 대충은 알려줬다. 다음엔 전체가 모여 교육도 할꺼야. 근데 다 모이긴 모였는데 흠이라면 애들이 너무 흩어져 있다는 거야. 애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돼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곧추 세우며 대답했다.
“좋은 방법이 있지. 우리 마을에 들어오면 소네집 근처에 마을쉼터가 하나 있어. 내가 예전에 돈 들여서 지어준 거거든. 거기에 들어와 살면 돼. 그러면서 소랑도 친해지고, 소랑 친해지면 코끼리랑 물소하고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거잖아? 그렇게 친해지면서 완벽하게 이 동네 소속이 된 다음에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거지. 어때? 괜찮지?”
“그럼 그렇게 하고, 내일 우리가 불러 모은 애들 모아서 교육도 하고 밥도 먹어야 하니까 지난번에 약속한 돈을 오늘 중으로 보내야 돼”
“알았어. 걱정 하지 마. 내 이름이 통장에 찍히면 안 되니까 대포통장 하나 알아봐서 번호 보내. 그럼 바로 보낼테니까”
2화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