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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소식마당 > 함께여는 세상
 
작성일 : 15-06-02 08:31
함께여는세상 호외-7
 글쓴이 : 조직선전
조회 : 609  

기묘한 이야기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난 두더지는 엉덩이를 쭉 빼고 세 개의 구멍 중 가장 큰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엉덩이를 씰룩씰룩 하며 잘 들어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뭔가가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깜짝 놀란 두더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엉덩이를 빼고 뒤를 돌아 봤다. 그런데 구멍 한 군데서 잔뜩 화가 난 너구리가 양 팔을 허리춤에 얹은 채 두더지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두더지는 말했다.

“야! 안에 있으면 있다고 하면 되지. 왜 발로 차고 지랄이야?”

너구리는 어이가 없었다. 남의 집에 구린내 나는 엉덩이를 들이민 게 누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야, 너는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도 않고 남의 집에 불쑥불쑥 들어오면 어떻게 해?”

“그게 아니구. 아무도 없는 줄 알았지”

“확인을 해야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거지. 너는 엉덩이부터 들이밀면서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냐?”

“그렇다고 치면 어떻게 하냐고!”

“니가 소리칠 일이 아니고, 니가 먼저 사과해. 그러면 나도 사과할 테니까. 니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으니 그것부터 사과해야지!”

“내가 왜 사과해? 내가 너를 치기라도 했냐? 내가 너한테 피해를 입혔냐?”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 왔으면 사과해야지.”

“아 됐고! 나는 사과 못하고. 맞은 나는 억울하고. 그러니 이거나 받아라!”

하고 소리치며 두더지는 너구리의 얼굴을 걷어찼다.

화가 난 너구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도망치려는 두더지의 뒷덜미를 움켜쥐며 두더지 몸이 앞으로 보여 지도록 힘껏 돌렸다. 그런 후 두더지를 잡았던 손을 놓으며 분노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최소한 도리를 지키며 살아라. 네까짓 게 짓는다고 따라 짖을 내가 아니다. 넌 오늘 내가 너보다 강하다는 걸 방금 증명했다. 내가 무서우니 한 대 치고 줄행랑치려 했던 거다. 그러니 각오해라. 다음에 걸리면, 난 널 용서할 생각이 없다.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꺼다. 오늘은 그냥 보내주지만, 다음엔 이런 일 없을 거라는 거 다시 한 번 명심해라.”

두더지는 자존심 상했다는 듯이 침을 켁 내뱉으며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겁먹은 건 사실이다. 너구리가 뒷덜미를 잡는 순간 두더지는 맞짱 뜰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었다. 그러나 분이 풀리질 않았다. 두더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지보다 나이도 한 살 많고, 이 동네도 먼저 들어와서 살고 있었는데 나한테 까불어? 지가? 등치는 산 만해 같고 두들겨 팰 수도 없고, 내가 맞게 생겼으니...그리고 다시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걸 콱 그냥...안되겠어. 본때를 보여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두더지의 발걸음은 이미 돼지네 집을 향하고 있었다.

한가로이 낮잠을 자던 돼지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두더지 앞에 앉았다. 두더지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돼지를 바라 봤다. 눈에는 눈곱이 하얗게 끼어 있었고, 입가엔 침 흘린 자국까지 있었다. 그런 돼지를 보며 두더지는 생각했다.

‘저 욕심 많은 돼지 놈 쌍판때기를 이런 일로 봐야 한다니 이것도 자존심이 상하는구먼. 지난번에 선산 깎는 일에 우리 아들놈도 끼워 달라 했더니 싫다고 한 놈인데. 아휴~ 내가 너구리 그 놈만 아니면 이렇게 자존심 구길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지.’

속으로는 돼지를 욕하고 있었지만, 막상 두더지 입가엔 돼지에게 잘 보이려는 듯 미소까지 띄고 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두더지는 뜸을 들였다. 반말을 해야 하나, 존댓말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다른 게 아니고요. 내가 하도 억울한 일을 당해서요”

“니가 억울한 일을 왜 나한테 얘기 하냐?”

“돼지님은 힘도 있고 돈도 많고 하니까 제 억울한 일을 해결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일단 들어나 보자”

두더지는 최대한 예의를 차려가며 말을 이어갔다. 이만 저만 해서 이러쿵 저러쿵 했다는 이야기 끝에, “그래서 그 너구리란 놈을 이 동네에서 쫓아내고 싶다는 거죠”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아니, 니가 먼저 잘 못한 거 맞네. 그냥 사과하고 끝내면 될 걸 갖고”

“그게 아니고 그런 놈들을 가만두면 동네 질서가 무너진다니까요!”

“동네 질서는 소, 코끼리, 물소 그런 애들이 무너트린 지 한 참 됐다! 너도 예전에는 걔네들이랑 한통속이었잖아!”

“옛날 얘기를 뭐하러 하세요. 지금은 그 애들이랑은 말도 안하고 삽니다......어떻게 너구리 그 녀석을 쫓아 내주실 수 있어요?”

“아니, 그러니까 내가 그걸 왜 해줘야 되냐구?”

“제가 돼지님이 골치 아파 하는 거 해결해 드리면, 너구리 쫓아내 주실랍니까?”

“니가 무슨 수로 해결해? 시답지 않은 얘기 집어 치우고 차나 마시고 가!”

“제가 소, 코끼리, 물소 그런 애들 이 동네에서 사라지게 해드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돼지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두더지를 노려봤다. ‘너구리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주제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심심하기도 하니 말이나 더 들어보자고 생각하며 두더지에게 턱 짓으로 계속해보라고 했다.

“제가 한 때는 소, 코끼리, 물소 그 애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았습니까? 동네에서 제 별명도 있어요. 다 그 때 생긴 거 아닙니까? 이 얘기인 즉 슨, 제가 움직이면 쟤들 패거리를 갈라놓을 수 있다는 거죠. 두 개로 똭!”

“그래서?”

“못 보셨어요? 저~기 다른 동네들 다 그렇게 해서 부자들은 더 부자 되고 가난한 것들 일 더 시켜 먹고 했던 거!”

“봤지~”

어느 새 돼지는 두더지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함께여는세상 호외-7.hwp (36.0K) [2] DATE : 2015-06-02 08:3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