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화
“야, 너! 색안경! 너 안경 좀 벗어봐! 너 졸았지? 아니면 딴 생각하고 있지?”
개는 아까 색안경 낀 늑대에게 느꼈던 뭔지 모를 불안감에 소리치며 다가가 안경을 벗어 보라 재촉했다. 색안경 낀 늑대는 천연덕스러울 만큼 천천히 색안경을 벗었다. 그 순간 개는 깜짝 놀라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색안경 낀 늑대의 눈이 한 여름 태양보다 강렬하고 밤하늘의 별보다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는 다시 색안경을 끼라고 명령조로 말한 뒤 제자리로 돌아오며 말끝을 흐리듯 한마디 했다. “난 또 졸고 있는 줄 알았지~”
얼룩무늬 개의 실전교육이 끝난 후 개가 앞으로의 일정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언제 돼지네 동네로 가는지, 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돼지가 약속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안내했다. 모든 설명을 마친 후 개는,
“자, 질문 없지? 그러면, 요 앞에 골목으로 들어가면 잘하는 백반집이 있거든. 거기 예약해 뒀으니까 거기로 이동하자. 다들 먼저 나가고, 칼 좀 쓰게 보이는 깡마르고 꼬리에 검은색 털이 있는 늑대는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오늘 모임은 이상이다. 그리고 돼지네 동네에 가기 전에 한두 번 다시 모일 수 있다. 참고하고. 수고들 했다. 근데 잊지 마라. 오늘 모임이나 내용은 어디 가서도 비밀을 지켜야 한다. 알겠나?”
(일동) “네, 알겠습니다.”
모두가 나간 뒤 개와 깡마르고 꼬리에 검은색 털이 있는 늑대 둘 만 남았다. 개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번에는 니가 도와줘서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근데 그 쪽 일 끝나고 니가 연락이 안돼서 걱정 했는데 오늘 보니 반갑네~”
“이런 일 있으시면, 다이렉트로 저를 부르시지 그랬어요. 따로 교육 같은 거 안 받아도 되는데. 어쨌든 지난번에 챙겨주신 걸로 여행 좀 다녀왔습니다.”
“그래, 잘했다. 근데 내가 얘기를 쭉 들어보니까 돼지네 동네에 들어가서 할 일들은 지난 번 일과는 좀 달라. 돼지 근처에 있는 몇몇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똘똘 뭉쳐있다는 거야. 그리고 걔네들이 정보가 어찌나 빠르고 촉이 좋은지 좀 수상하다 싶으면 다 찾아낸다는 거지. 그래서 전과는 좀 다른 전략을 써야해.”
“그래요? 그래도 뭐, 더 힘드냐 덜 힘드냐지. 방법은 비슷하니까. 돼지가 걱정할 건 오히려 돈 아니에요? 일이 힘드니까 돈을 더 많이 줘야겠지. 다른 데보다는”
“그래, 그래서 나랑 늑대형님이 고민을 많이 했어. 돼지한테 돈을 더 달라는 이야기는 넌지시 다해 놨구.”
“뭐가 걱정이신데요?”
“응. 그게 말이지. 늑대형님은 돼지랑 같은 급 아냐. 그 형님이 나서서 돼지한테 너희들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노력도 했고. 그래서 늑대형님과 나는 그 동네 직접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필요한 일들을 지원할거야.”
“그건 그럴 수 있죠. 늑대형님을 저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늑대형님한테 애들 하는 일까지 하라고 할 수는 없죠.”
“그렇지. 근데 늑대형님과 내가 그 동네에 안가면, 그 동네 안에서 야전사령관을 누군가는 해줘야 돼. 그래야 안과 밖이 보조 맞춰서 갈 수 있으니까.”
“그래야죠.”
“그래서 말인데 그 야전사령관을 니가 했으면 좋겠다.”
“제가요?”
“응. 너는 경험도 많고, 딱 보기에도 조무래기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잖아”
“제가 그래요?”
“너 그렇다니까. 딱 보면 어디 내놔도 질 스타일은 아니지.”
“감사합니다.”
“해 줄 수 있겠어?”
“구체적으로 뭐를 해야 되는데요?”
“일단 들어가면 너희들 정체를 숨겨야 돼. 그리고 그 쪽 애들이 워낙 똘똘하다니까 들키지 않게 똑같이 생활하고 동네 일하면서 친해져야 되거든.”
“아, 그러면, 동네 들어가서 우리는 우리끼리 모르는 척하면서 지내고, 동네일도 거들면서 거기 동네 애들이랑 친해지라는 거죠?”
“그치. 그리고 너는 거기 가는 애들 잘 하는지, 문제는 없는지 살피면서, 작전이 떨어지면 니가 지휘권을 갖고 움직이라는 거지.”
“그 정도야 뭐”
깡마르고 꼬리에 검은색 털이 있는 늑대는 말끝을 흐렸다. 자기가 생각하기엔 난이도가 높은 일인 만큼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깡마르고 꼬리에 검은색 털이 있는 늑대는 개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면, 늑대형님이랑 선배는 돼지한테 얼마를 받기로 한 거에요?”
개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늑대형님이 나 보다야 더 많이 받기로 했지. 근데 늑대형님이나 나나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너희들 보다야 더 받을 수는 없지 않겠어?”
“그래서 얼만데요?”
“야, 아직 몰라. 그건 그렇고 니가 야전사령관을 해 주면 너한테 착수금 조로 먼저 보내라고 할게. 적어도 집 한 채 값은 입금 되게끔 할 테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마.”
“내가 걱정하는 게 아니고요. 정확히 알아야 애들한테도 이야기 해 줄 수 있으니까요”
“니 말고 다른 애들은 급을 좀 나눠볼라고. 열심히 움직일만한 애들, 좀 덜 움직일 것 같은 애들, 그냥 따라만 올 것 같은 애들을 구분할라구. 그래야 서로 열심히 할라고 노력하지 않겠어?”
“그렇죠. 뭐니 뭐니 해도 돈으로 경쟁시키는 게 효과 만점이죠.”
“그렇지!”
“그러면 말씀하신 착수금 들어오고, 그 다음부터는 애들과 똑같이 움직이면서 상황에 따라 총 지휘를 하면 되는 거죠?”
“응. 그런 거야. 역시 빨라.”
“애들 사이에서 내가 더 많이 받는다는 얘기가 돌면 내가 애들 움직이는 게 힘들어 질 수 있으니까 그건 비밀로 하세요.”
“당연하지.”
“아, 그리고 또 하나!”......................................................(5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