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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6-25 10:51
유성현장서 도망친 19살 용역 “너무 무서웠다” (한겨레신문기사)
 글쓴이 : 조직선전
조회 : 1,228  
유성기업 아산공장은 마치 요새와 같았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시 둔포면의 이 공장 정문은 방패를 든 건장한 남성들로 틀어막혀 있었고, 주변 담장에는 원형 가시철조망이 둘러쳐졌다. 본격적인 장마에 접어든 23일 억수같은 비가 공장 위로 쏟아지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요새’는 회사에 고용된 용역직원들이 지키고 있다. 전날 유성기업 노조와 있었던 충돌에서 언론 영상 등에 잡힌 그들의 모습은 위압적이었다. 둘 사이의 충돌로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 노조원 18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용역 직원도 6명이 다쳤다. 소화기를 노조원에게 뿌리고 집어던지는 이들의 폭력에 노조원들도 맞섰다.

 얼굴에 마스크를 두르고 쇠파이프와 진압 용구로 무장한 용역들은 누구인가? <한겨레>는 유성기업의 용역 직원 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식 인터뷰 요청은 회사 쪽이 거절했으나 회사 주변을 지키고 섰던 2명의 용역 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재, 아산공장에는 재능교육 노조 등에 대해 집요한 노조 파괴 행위로 이름을 떨쳤던 노사분쟁 전문 경호업체 ‘씨제이(CJ) 시큐리티’를 비롯한 3개 이상의 용역 업체가 하청과 재하청으로 들어와 있다.

 2인1조로 경비를 서고 있던 용역들은 기자의 접근을 경계했다. 가슴에 달린 무전기를 만지작거리며 둘이 속닥이는 것으로 봐서 외부 접촉이 있으면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듯했다. 가무잡잡한 얼굴과 건장한 체격의 이들은 처음엔 험상궂게 보였으나, 일단 경계를 풀자 중학생처럼 천진하게 힘든 상황을 하소연했다.

 

3교대 24시간 근무, 부족한 잠 

 지난달 27일부터 투입됐다는 이들은 일상적인 피로를 호소했다. 노조원 500여명이 “주야 교대근무를 주간 2교대로 바꿔달라”며 농성을 벌이다 공권력에 의해 회사밖으로 쫓겨난 때가 같은달 24일이었다. 가장 큰 피로의 원인은 부족한 잠이었다. “매일 3교대로 근무를 서요. 주간에는 1시간 서고 2시간 쉬고 야간에는 2시간 서고 4시간 쉬죠. 잠은 쉴 때 짬짬이 자죠.” 두 용역직원 가운데 더 건장한 체격의 박아무개(24)씨는 “호출이 오면 쉬는 중에도 뛰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장 안에는 물자가 부족하다고 했다. 마른 체형의 이아무개(23)씨는 “최근 몇일은 밥과 김치 정도로 식사를 때웠다”며 “술은 못 먹고 거의 모든 용역이 스트레스로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도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아산지회 노조는 지난 15일부터 파업을 풀고 정상 출근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회사 쪽은 선별 복귀 방침을 고수하며 컨테이너 2동을 쌓아 정문을 폐쇄했다. 이날 만난 용역 직원 둘은 어제 정문 컨테이너를 치우고 “용역이 진출해 다시 물자가 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만두는 사람은 대체할 사람 데려와야” 

 앞서 지난 14일에는 19살의 용역 직원 ㄱ씨가 회사를 빠져나와 길을 사이에 둔 건너편 노조 상황실에 들르기도 했다. 노조에 “너무 무서웠다, 이건 아니다 싶어 도망쳤다”고 말했다는 ㄱ씨는 “유성기업 안에 상주하는 용역이 적어도 250명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그 뒤에 도망친 사람이 많아 우리도 지금 숫자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일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보니 개인적으로 이탈하려면 회사에서는 “대체할 사람을 데려오라”고 요구한다고 이들은 전했다. 박씨는 “하청을 준 쪽에서는 하청업체의 인원이 빠지면 문제가 되니까 머릿수를 계속 체크한다”며 “그래서 개인이 빠지면 대신할 사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은 하청업체 단위로 사람들이 빠지고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전문적인 용역 직원을 제외하면, 이들은 인터넷 등에서 ‘경호직원 모집’ 구인광고를 보고 온 사람들이다. 실제 지난달 25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일할 경호요원을 모집하는 ㅂ 경호업체의 알바 누리집 광고를 보면 △키 178이상 몸무게 80 이상 △고등학교 이상 학력 △특수부대출신 및 단증 소지자 우대라고 되어 있다. 근무형태에 대해서는 ‘경호업 특성상 주 5일 근무 및 출퇴근시간 보장이 어려움’이라고 적고 있다. 급여는 ‘월 180~250 가능’으로 제시했다.

 이씨는 “급여가 좋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무슨 일인지 모르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허리도 휘게 하는 비싼 등록금이 대학생들을 용역 알바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앞서 빠져나온 ㄱ씨도 “연예인 경호나 콘서트 행사로 알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계약서 같은 건 작성하지 않았고, 필기로 뭔가를 작성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급여는 어떻게 나오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정해진 날에 통장으로 보내준다”고 말했다.

 

“우리끼리 이럴 일은 아니잖아요” 

 예술계 쪽 일에 종사하다가 돈이 필요해 왔다는 이씨는 노조와 자신들이 같은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노조와 붙을 때는 무섭죠. 그런데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일테니까. 사실 우리끼리 이럴 일은 아니잖아요.” 그는 또 “어제 충돌 기사를 봤는데 용역 직원들에 대한 욕이 많더라”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군 제대 후 2년간 경호업체 일을 하고 있다는 박씨는 “여기(유성기업)는 그래도 한진중공업에 비해서 낫다”고 맞받았다. 그는 “들리는 얘기로 거기는 노조가 1500~2000명은 모인다더라”며 “이쪽 업계에서는 하청들이 일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각지의 상황을 빨리 안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경비를 서고 있는 용역도 이곳과 같은 씨제이시큐리티다.

 그는 또 이번 유성기업 파업에 “경찰이 빨리 투입됐다”고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 “대개 회사랑 노조랑 갈등이 더 심해질 때 경찰이 나서는 데 여기는 경찰이 빨리 들어왔어요. 투입시기는 회사가 경찰에 어떻게 요청하는가에 달린 건데 그런거 보면 이 회사가 중요한가보다 싶죠.” 이씨는 “우리나라 자동차의70%가 여기 부품을 쓰니까”하고 거들었다. 유성기업의 피스톤링은 현대·기아차와 한국GM에 70% 이상 공급된다.

“빨리 그만 둬야죠” 

 둘 다 이일이 “할 일이 못된다”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돈이 좀 모이면 작은 가게 하나 차리고 사진 찍으러 여행 다니고 싶다”며 “빨리 그만둬야죠”라고 털어놨다. 둘이 교대할 즈음이 되자 다시 가는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밤에는 자게 해달라”며 농성을 벌이다 공장밖으로 쫓겨난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회사의 ‘선별복귀’ 방침으로 이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이들을 막고자 회사가 하청과 재하청으로 일당 8만원에 고용한 용역직원들은 선잠으로 피로를 삭히며 노조와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이 전쟁의 책임은 병사에게 있지 않다.

                                                                                 한겨레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4375.html [571]